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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September 23, 2011

“자상한 아빠, 남성호르몬 수치 낮아”

자상한 아빠들은 남성호르몬 수치가 미혼남들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뉴욕타임스 온라인판이 12일 전했다. 기저귀를 갈고, 아기와 놀아주고, 동화책을 읽어주는 등 육아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아버지일수록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아기아빠들이 여성화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적당한 수준으로 남성호르몬 수치가 변화한다는 뜻이다.

하버드대 인류진화생물학 교수인 피터 엘리슨은 “남성의 생리적 변화까지 일으킬 정도로 남성의 양육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남성들은 테스토스테론이 낮은 남자는 ‘겁쟁이’라고 세뇌돼왔지만, 사실 자손을 돌보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본연의 순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원래부터 아빠들이 아기엄마를 돕도록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연구는 필리핀 세부에서 600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1983~84년에 태어난 이들의 21살일 때 남성호르몬 수치와 5년쯤 뒤의 수치를 비교했다. 남성호르몬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기 아빠가 된 남성들은 자녀가 없는 남성에 비해 두 배 이상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남성호르몬이 높을 때에는 짝을 찾는 데 유리하지만, 일단 후손을 낳고 난 뒤에는 가족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도록 남성호르몬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에모리대학의 인류학자 캐롤 워스만은 “낮은 남성호르몬은 ‘난 다른 여자한테 한눈 팔지 않아, 난 정말 좋은 관계를 위해 여기 있는 거야’라고 아빠들이 자신의 의사를 나타내는 방법”이라면서 “강한 남성성을 미덕으로 치는 문화적 선입견을 뒤집는 연구결과”라고 평가했다.

연구논문의 공동저자인 노스웨스턴 대학의 인류학자 리 게틀러는 “아기를 돌보면 남성성이 떨어진다는 식으로 왜곡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알고보면 여자만 부모가 되기 위해 생물학적으로 적응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는 유아상태일 때 누가 돌봐주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존재인데, 남자는 밖에서 사냥을 하고 여자만 집에서 아이를 보는 식으로 완벽하게 분업이 이뤄져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최근 연구들에서 밝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실렸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9131157551&code=9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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