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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February 26, 2012

'일중독' 남편, 바람 피울 위험 높은 까닭

사랑, 인간 본연의 강력한 갈망

 ‘나는 대쪽이다’라 할 만큼 대외적 이미지가 곧고 강인한 70세 초반의 남자 어르신. 사회적으로 성공하셨고 지금도 맹렬히 현역에서 비즈니스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클리닉을 아내와 함께 방문하며 잉꼬 부부의 위용을 자랑하셨다. 클리닉을 찾은 이유는 스트레스성 불면. 만난 횟수가 늘수록 강인한 어르신께서 속마음을 드러내신다. 그러던 어느 날, 외래 예약 날짜가 아닌데 갑작스럽게 진료 요청을 하셨다. 급한 일인가 하여 만나뵈니 그날따라 혼자 오셨다. ‘지나가다가 약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어 들렀소이다. 수면제 계속 먹으면 중독되는 것 아니오?’ 하시는데 급작스러운 진료 요청치고는 질문이 뜬금없다. 혼자 오신 것도 수상하고 하여 좀 더 경청의 자세를 보이니 속내를 털어놓으셨다. 정신 없이 일만 하고 달려온 삶이고, 주변에 사람은 많으나 정작 속은 외롭고, 완벽주의 성격에 바람도 한번 제대로 못 피워 보았다며 서글픈 웃음을 지으시며 한마디 던지신다. ‘선생님… 나도 찐한 사랑 한번 하고 싶소!’라며.

 ‘바람’의 사전적 정의는 ‘남녀관계로 생기는 들뜬 마음이나 행동’이다. 심리학적으론 사랑중독(Love addiction)이란 말이 있다. 여기서 중독되는 사랑이란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 그 쾌감을 말하는데 바람의 사전적 정의와 거의 동일하다. 중독성이 있다는 것은 우리 뇌의 쾌락 중추에 강한 자극제란 뜻이다. 배우자 등 공식적인 파트너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바람을 피우는 부정(infidelity)이 문화적으로 용납되는 곳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은 매우 흔한 현상이다. 미국의 통계를 빌리면 기혼자의 30 ~60%가 부정을 저지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사랑은 중독적이라 할 만큼 인간 본연의 가장 강력한 갈망이고 욕망이다.

일중독 남편 … 바람의 잠재 위험 ?

  ‘우리 남편은 일밖에 몰라요’. 위에 언급한 남자 어르신의 아내가 필자에게 한 말이 생각난다. 정말 일밖에 모르는 남편은 사랑 중독과는 상관없는 것일까. 지난달 해외 사회심리학 저널에 실린 한 논문의 결과가 재미있다. 미각 관련 심리 시험을 한다며 32명의 남자 대학생을 모집했다. 이 32명은 모두 확실한 애인이 있는 커플남이었다. 두 접시를 앞에 놓고 한 접시에는 맛있는 쿠키를, 한 접시에는 무를 올려놓았다. 16명에게는 무를 먹지 못하게 하고 맛있는 쿠키를 먹게 했다. 이들에게는 자기 통제를 위한 에너지가 소비될 필요가 없다. 반면에 나머지 16명에게는 맛있는 쿠키는 먹지 못하게 하고 무만 먹게 했다. 자기 통제에 에너지가 소비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나서 실험에 대한 설문을 한다는 명목으로 폐쇄된 독립 방에서 인터뷰어로 위장한 여자와 단둘이서 대화를 하도록 했다. 연구 결과는 맛없는 무를 먹은 남자군에서 ‘커피 데이트’ 신청을 수락하고 ‘상대방 휴대전화번호를 따는’ 정서적 부정(emotional infidelity) 행동이 쿠키를 먹은 남자군에 비해 훨씬 많았다. 사랑에 대한 갈망이 본능이라면, 이것을 ‘자기통제’ 능력으로 억제하는 것인데, 이 통제 능력이 고갈되면 사랑이 바람으로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대부분 자기통제적 성격이 강하다. 지금 감성적인 만족을 억제하고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여러 욕구를 억제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가 소비되는 것이다. ‘일밖에 모르는 남편’은 중독과 바람의 잠재 위험 그룹인 셈이다.

자존감을 높여주는 관계가 열쇠

  인터넷 을 보면 ‘틈만 나면 겉도는 내 남자 어떻게 잡을까, 내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는 명기?’ 등 ‘19금’의 은밀한 성형 시술 광고 카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과연 야한 성적 매력이 남자의 늑대 본성을 잠재울 수 있을까. 성형 등의 노력이 허망하게도 바람은 성적인 불만족보단 정서적 불만족에 더 기인한다고 한다.

 ‘내게 너무 예쁜 당신’이란 프랑스 영화는 지적인 절정 미모의 아내를 둔 남자 주인공이 못생기고 볼품 없는 회사 비서에게 빠져 정신을 못 차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자 주인공이 못생긴 비서와 정사를 나눌 때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슈베르트의 가곡 자장가는 상징성에 있어 압권이다. 이 자장가는 태교 음악 베스트 리스트에 올라가 있으니 남자의 성적 만족이란 단순히 아름다움과 섹시함에 대한 갈망은 아닌 듯하다. 실제 부인에 대한 낮은 자존감이 바람의 큰 요인이다.

 남녀 간 ‘자아 팽창(ego-expansion)’이 ‘바람’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자아 팽창은 나의 자아가 확장하며 꽉 차는 만족감을 느끼는 현상인데, 사람 상호간에 있어서는 저 사람과 함께 있으면 ‘내가 더 근사해지는 느낌’, 존재감과 자존감이 상승하는 것이다. 가장 격려하는 사이가 돼야 할 관계가 자아 축소의 공장이 되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내 주변의 소중한 이들의 자아의 풍선에 따뜻한 봄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것은 어떨까.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36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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