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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March 20, 2012

안구운동과 마음

심리학에서는 마음의 작용을 알아보기 위해 여러 다양한 과제를 사람들에게 하도록 하고 그 변화를 살펴본다는, 필자의 말을 독자들은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때 마음의 작용을 잘 나타내 주는 행동적, 생리적 측정치를 함께 갖고 있다면, 해결해야 할 문제의 절반은 풀어 놓은 게 된다. 그러기에 심리학 탐구에서도 신뢰성 있고 타당한 장치를 통한 측정이 매우 중요하다. 여러분들은 이미 꿈과 같은 아주 주관적인 의식 경험 탐구에 뇌파와 신속한 안구운동 같은 객관적 측정 방법이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것을 읽었을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안구운동 추적을 통한 마음 연구를 살펴보자.

눈은 마음의 창

눈 이 우리의 마음작용에 중요할 것이라는 추측은 산재한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속담이 있으며, 우리의 여러 마음의 작용 즉 정보처리가 눈을 사용하는 시각을 통할 것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정확하게 몇 퍼센트인지 계산하기는 힘들겠지만, 일상생활에서 다른 어떤 감각보다 시각은 절대적이다. 요사이 지하철에서 거의 모든 승객들이 자신의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며 실감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어떤 대상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그 대상으로 얼굴과 눈을 돌리는 즉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기에 자연스럽게 눈의 움직임은 우리의 주의 집중 문제와도 관련된다. 물론 주의와 눈의 움직임이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앞에 있는 사진에 눈을 고정한 채로 옆에 서있는 사람에게 주의를 기울일 수도 있다.

이 미 오래 전부터 눈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여러 학자들이 탐구해 왔다. 자발(Javal)이라는 학자는 눈의 움직임이 아주 짧은 멈춤과 신속한 도약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마치 눈이 줄을 따라 서서히 흘러가듯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지만 말이다.


눈의 움직임은 대상에 대한 주의 집중 문제와도 관련된다. <출처: gettyimages>

전 자를 눈고정(fixation)이라고, 후자를 도약운동(saccades)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글을 읽을 때, 눈이 전진 방향 즉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돌아가는 움직임도 나타나는데 이를 회귀운동(regression movement)이라고 한다. 눈의 움직임은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 예전에는 전선이 들어가 있는 렌즈를 끼고 전기자기장 틀 안에 들어가야 했다고 하나, 최근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전하여 훨씬 쉽게 안구를 추적할 수 있다. 보통 우리는 지각하지 못하는 적외선을 눈에 투사하고 우리의 수정체에서 반사되어 오는 것을 잡아 현재의 눈의 위치, 움직인 거리 등을 계산하는 자료로 사용한다.

안구운동 추적 실험

아 래 사진이 필자의 실험실에 있는 안구추적 장치이다. 3번 사진에서 왼쪽에 있는 것은 턱을 고정한 채 실험을 해야 하는 장치이고, 오른쪽에 있는 안구추적기는 안경처럼 쓸 수 있다. 안구운동 추적 연구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험 상황과 분석 방법에 관한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하기에 몇 가지만 설명하자. 1번 사진의 왼쪽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글이나 그림이 나타나는 화면을 바라본다. 그리고 옆에 있는 다른 모니터에는, 2번 사진에서 확대해 놓은 것처럼 눈의 모습과 여러 실시간 측정치들이 나온다. 물론 이 모니터는 실험자만 보는 것이다. 안구운동 추적 실험을 하려면 우선 사람들이 보는 모니터의 여러 위치에 보통 십자표를 제시하고 쳐다보도록 하면서, 화면의 위치와 눈의 움직임을 대응시키는데 이러한 좌표 값 확인을 시점고정(calibration)이라고 한다.

안구운동 장치와 피험자 참여 모습

수많은 연구들이 안구운동 추적을 통해 마음의 작용을 탐구해 왔다. 아마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리가 글을 읽는 과정 즉 독서과정에 관한 탐구이다. 다음에 한 피험자의 안구운동 추적의 예가 있다.

안구운동 추적 실험

글 의 밑에 표시한 점이 안구고정이 일어난 위치이며, 그 밑의 숫자는 그 어절(띄어쓰기 단위)에서 일어난 안구 고정을 합쳐 계산한 응시시간(gaze)이다. 독자들도 함께 읽어가기 바란다. 우선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거의 모든 단어 즉 어절에서 눈고정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물론 고정이 되지 않는 단어도 있다. 특히 뒤 부분에서 이러한 경향이 확실하다. 사실 위의 글은 과학 잡지에 실린 다소 어려운 글이다. 첫 문장의 ‘플라이휠’ 단어에서 긴 응시시간을 보인 것이나, 두 번째 문장의 ‘내연기관’과 마지막 단어 ‘변환하여’에서 긴 응시시간을 보인 것이 이를 나타내 주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짧은 어절 응시시간, 즉 빠른 읽기 시간을 보이고 있으며, 이해과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섯째 줄과 여섯째 줄에서 나타나는 회귀운동은 줄을 바꾸어 읽어 가는 데서 생긴 오류라고 보인다. 사실 이 피험자는 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었다. 실제로 필자의 실험실에서는, 위와 같은 내용에 친숙하지 않을 인문계 여학생도 피험자로 사용하여 안구운동을 추적하고 비교하였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안구운동 패턴의 현격한 차이, 즉 긴 응시시간, 빈번한 안구 회귀 운동을 관찰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독서 이해의 전반적인 어려움이나, 그 어려움이 일어나는 단어 위치를 안구운동 추적을 통해 파악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어려움이 일어나는 바탕 즉 언어 이해과정의 하위 과정을 탐구 할 수 있다. 물론 독서이해과정에 관여 하는 여러 요인의 효과 즉 나이, 학년, 성별, 비슷한 글에 대한 독서 경험 등도 확인할 수도 있다. 안구운동 연습 즉 눈동자를 움직이는 훈련을 통해 독해력과 독서 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회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독자들도 깨달았듯이 안구운동은 독서 이해 과정의 결과물이다. 안구운동 훈련보다는 글 내용에 관한 배경 지식이 독서 이해에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여 하튼 필자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안구운동 추적을 통해 독서과정과 같은 내적인 인지 과정을 탐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서 이해 과정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했듯이 주의 과정, 그림이나 사진 지각 과정 탐구에도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여러 광고 회사나 포탈 기업에서도 응용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의 창의적인 안구운동 추적 연구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최광일(2006). 독서이해과정의 개인차: 인지과제 수행과 안구운동 패턴. 아주대 학위 논문.




http://m.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7643&category_type=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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