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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January 14, 2014

스사오노의 별명은 우두천황이다

참 기이한 일이다. 일본 역사책에는 수많은 신들이 등장하지만 정작 일본인들은 그 신들의 이름에 담긴 뜻을 잘 모른다. 이를테면 일본서기 신화편 첫머리에는 ‘으마시아시가비’라는 이름의 신이 탄생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으마시아시가비가 무슨 뜻이지요?” 하고 일본인에게 물으면, 한결같이 고개를 젓는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일본 신들의 이름 대부분이 우리 옛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말이라 생각하고 접근하면 일본 신들의 이름은 신기하리만큼 술술 잘 풀린다.

그럼 으마시아시가비를 우리말로 풀어보자.

‘으마시’란 ‘어머니’의 신라말, 요즘의 경상도 사투리다. 고위층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였다. ‘아시’는 ‘최고의 무쇠’, ‘가’는 ‘연마한다’는 뜻, ‘비’는 ‘칼’의 신라말이다.

으마시아시가비란 바로 ‘최고의 무쇠로 칼을 가는 어미(우두머리)’라는 뜻이다. 일본사의 첫 장을 우리말 이름의 철기 기술자가 장식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칼붙이 등 철기 만들기에서 움텄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고대 제철 작업장 모습. 일본 시마네현 오우치군 이마사야산 유적지에서 출토된 6세기 후반의 제철공방 유구를 모델 삼아 제작한 것. 일본 제철 박물관인 시마네현의 와고(和鋼)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경주군 외동면 두계에서 출토된 신라 용광로(지름 1m·높이 2m)의 모습과도 흡사하다.

 

백제 시조 온조왕의 형 비류(沸流)왕에 비겨지는 일본의 제철신 스사노오(素嗚ㆍすさのを)라는 이름도 일본인들이 뜻을 모르기는 매한가지다. 그러나 비류왕의 어머니인 고구려 소서노(召西奴) 왕비의 이름을 알고 있는 한국인이라면 ‘스사노오’가 ‘소서노’와 흡사한 것을 곧 알아차린다.

소서노란 ‘사철(砂鐵)의 들’을 뜻하는 이름이다. 그리고 스사노오는 ‘사철 들판의 사나이’로 풀이된다.

비류왕은 고구려와 백제를 잇따라 건국한 위대한 어머니의 이름을 이어받아 자신의 이름으로 삼은 것일까.

일본신들의 이름이 우리말로 해독된다는 사실은 그들이 한국에서 간 실존 인물이었거나, 한국계의 어느 집단을 상징했음을 의미한다. 재미있는 것은 신라ㆍ고구려ㆍ백제ㆍ가야 등 어느 계통에 속하는 신인지 알 수 있도록 이름에 암호를 심어 놓았다는 점이다. 이름에 한자 ‘천(天)’이 섞여 있는 신은 신라계통이다. 더러는 가야계통의 신 이름에도 ‘천’자가 보인다.

고구려 계통의 신 이름에는 대체로 ‘고(高)’ 자가 들어 있다. ‘건(建)’ ‘무(武)’ 자도 고구려계임을 나타내는 암호다.

‘풍(豊)’ ‘이(伊)’는 가야계, ‘서(瑞)’ ‘월(月)’은 백제계 신들을 나타낸다.

스사노오신은 ‘다케하야(建速)’라고도 불렸다. ‘건(建)’자는 고구려계를 가리키는 암호로, 비류왕은 고구려 출신이다. 고구려에서 남하해 미추홀(지금의 인천)을 도읍으로 삼은 비류는 다시 남하해 요즘의 고령으로 간다.

당시 우두산(牛頭山)이라 불린 이 가야산 기슭에서는 질이 좋은 사철이 많이 났는데 스사노오의 별명이 바로 ‘우두천왕(牛頭天王ㆍごずてんのう)’이다. 비류왕과 스사노오를 동일 인물로 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서기 656년 고구려의 사신이 신라국 우두산에 있는 스사노오의 영혼을 일본 교토로 옮겨 제사 지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스사노오는 고령에서 죽은 것으로 짐작된다.

스사노오와 비류왕이 동일 인물이라면 비류왕은 미추홀에서 죽은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훗날 고령에서 죽은 것이 된다.

이에 앞서 그는 일본 이즈모 지방으로 진출, 이 곳에서 한동안 제철을 하다가 다시 ‘내 나라’를 뜻하는 내(根ㆍね)국(國)으로 돌아간다.

고령 일대를 차지하고 있던 대가야는 562년 신라에 의해 멸망한다. 따라서 ‘대가야국의 우두산’도 ‘신라국의 우두산’이 됐고, 적국에 버려져 있던 스사노오, 즉 비류왕의 영혼은 656년에 가서야 고구려인 후손에 의해 일본으로 모셔졌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대가야가 고구려와 관련이 있는 나라였다는 얘기도 된다. 이 고구려인 후손 이리시(伊利之ㆍいりし)도 비류왕이나 스사노오처럼 제철 관련자였음을 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다.

‘이리’는 연못을 가리키는 ‘얼’과 같은 말, ‘시’는 ‘무쇠’의 옛말이다. ‘이리시’란 ‘무쇠의 연못’을 의미하는 이름이다.

그럼 여기서 일본 역사책에 나타나는 스사노오의 프로필을 추려 보자.

△스사노오는 아버지로부터 바다를 다스리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이 명령에 따르지 않고 ‘어머니의 나라인 내((根ㆍね)국’으로 가고 싶다며 계속 울부짖어 푸른 산을 온통 메마르게 만들고 강물도 바닥나게 한다.

△아버지신으로부터 추방령을 받은 스사노오는 누이 아마테라스(天照)신이 살고 있는 다카마노하라(高天原ㆍたかまのはら)에 가서 폭행을 저지르다 이 곳에서도 추방당한다. 그 후 신라의 소시모리(そしもり)라는 데로 가나,  ‘이런 데서는 살고 싶지 않다’라며 배를 만들어 동쪽의 이즈모(出雲ㆍいずも)국으로 간다.

△그곳 주민을 괴롭히는 큰 뱀을 처치하고 터줏대감의 딸과 결혼해 드디어 ‘내 나라’로 간다….

여기서 특별히 주목할 것은 ‘계속 울부짖어 푸른 산과 강물을 메마르게 했다’라는 부분이다.

계속 울부짖었다는 대목은 무쇠를 만들 때 풀무를 돌리는 소음을 표현한 것이요, 푸른 산과 강을 메마르게 했다는 것은 제철용 목탄을 만드느라 산이 헐벗어졌고, 사철을 건지기 위해 강도 온통 파헤쳤음을 의미한다.

동화적인 고대사 서술에는 반드시 깊은 뜻이 깔려 있다. 역사책을 읽으며 이 숨은 뜻을 캐내지 못한다면 헛읽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우리말 ‘감’과 일본말 ‘가미’

‘상감’ ‘영감’ 등의 ‘감’이라는 우리 말엔 ‘존귀한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원래 ‘여신’이나 ‘추장’을 가리키는 옛말이었기 때문이다. 이 ‘감’이라는 고대 한국어가 일본에 가서 ‘가미(神·かみ)’라는 일본말이 됐다. 우리말에는 받침이 많은데 이 받침은 일본어가 되면서 대체로 없어지거나 또 하나의 소리로 늘어나거나 한다. ‘감’이 ‘가미’가 된 것은 받침이 또 하나의 소리로 늘어난 경우다. 일본인들이 ‘김치’를 ‘기므치’로 발음하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http://www.posco.co.kr/homepage/docs/kor/jsp/news/pbn/s91fpbnn003c.jsp?pidx=40162&id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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